바보들의 사랑 / 雪花 박현희
한 남자가 있었답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마음에 담아두고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좋아도 좋아한단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그는 바보였지요.
한 여자가 있었답니다.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물고기처럼
단 한 순간조차도 그 남자 없이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오직 그만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그녀 또한 바보였지요.
둘은 서로 깊이 사랑하지만,
단 한 걸음조차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가로막힌 두터운 사랑의 장벽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할 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한없이 작고 초라해질 수밖에 없는
두 사람 모두 바보를 사랑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바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