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세월 동안
겉마음으로만
당신을 불렀을 뿐
속 깊은 곳에서 부르지
못하여 미안합니다
어거지로 사는 삶
언어의 손톱으로
스펀지 같은 가슴 할퀴고
속사포처럼 쏘아 붙여
멍들게 하고
무엇으로도 지불할 수 없는
그 마음을 도매금으로
넘겨 버렸습니다
안으로만 모담아 둔 외롬에
누군가에게 빼앗긴
슬픔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버릇 때문에
행길에 웃음 떨구고 있는 동안
당신은 굳게 닫힌
제 마음 밖에 문고리만 잡으며
찬바람 쐬며 떨고
있었을 외진 시간
생살 뜯는 몸부림을
겪었겠지요
썩지 않는
방부제가 들어 있는 사랑 먹고
제 마음의 방죽 터졌으니
홀로 가는 발걸음 멈추고
당신 손 끝 가리키는 곳을 향해
보조를 맞춰 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요/황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