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무이/하선*정명숙
아무렇지 않은 듯이
거뜬히 일어나는 새벽
지치지도 않는 팔월의 태양이 부러워라
하늘만 보고 자라는 풍성해진 들녘에 배부른
자연은 성실하여
푸념을 마다하고
넉넉한 풍경에
어김이 없는 계절은 그저
말없이 살라 하네
고단한 하루 지나
또 다른 아침이 두려워
비라도 내려 주었으면 하는 억지 바램은 오간 데 없어
깊은 주름에 땀방울이 한나절을 지나
늘어선 밭일에 쉬어갈 줄 모르는
빛에 그을린 어무이의 손놀림은 어이 그리 바쁜 것인지
몸이 고단하여 마음이 가벼울까
마음 하나 무거워 몸이라도 편해 볼까
물 한잔 들이키며 내쉬는 한숨은 허공을 돌고 돌아
비틀거리는 걸음이 나서지를 않고
천근만근 늘어진 육신과
긴 여름날에 닳고 닳은 지팡이마저도 기운을 잃었다
적잖은 팔십의 나이
그 한 많은 세월은 어디로
어디로 흔적없이 사라진 것입니까
마음은 청춘이라
손아귀에 쥔 키 작은 소망일랑 어이할까나
훨훨 날고 싶은 마음이 주저앉은 신세타령에 서럽지만
하룻날에 지는 노을은 참 곱기도 하다고.
[ 이천구年 팔月 십日]
출처 : 그리움이 오면 ...~
글쓴이 : 하선(夏扇)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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